단순히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 데 불과할까.
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연설 날짜와 겹치는 점을 고려해 다음 달 2일 열기로 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원래대로 3일에 열기로 했다. 이로 인해 겸직 장관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2일 열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표를 던질 수 있게 됐다.
현재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이주영 의원이 탈박(탈박근혜)으로 불리며 청와대와 정부에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는 유승민 의원과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국무회의 일정 변경을 단순히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31일 여당 내 분위기는 겸임 장관 3명이 모두 투표장에 나타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세 장관이 모두 이 의원에 표를 던질 것은 불문가지. 박빙 승부 중인 이 의원 측에게는 천군만마요, 유 의원 측에게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특히 경북에 지역구를 둔 최 부총리의 등장은 한 표 이상의 효과가 예상된다. 대구가 지역구인 유 의원이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표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국회 안팎에서는 다음 총선을 노리고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 부총리 쪽에 줄을 선 의원이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유 의원이 지역 의원들 표 상당수를 확보했다는 풍문이지만 이탈표 단속을 위해서는 바짝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 장관의 가세로 유 의원 측이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급부로 '박심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홍문종 의원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 의원이 카드를 잘못 선택했다"는 말이 많다. 홍 의원은 그동안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당내에서 "이주영은 괜찮은데 하필이면 홍문종을…"이라며 혀를 차는 이유다. 홍 의원은 최 부총리의 내각행 이후 친박의 투사 역할을 자임해 왔다. '박심 논란'이 불거지면서 홍 의원에 대한 반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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