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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임금님 수랏상에 오른 매생이국

윤덕노





겨울에는 매생이국이 특히 맛있다. 마늘로 양념하고 굴 넣어 끓인 매생이국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트리면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매생이는 전남 바닷가 특산물이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만해도 현지에서나 먹었을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때문에 파래에 밀려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는데 어쩌다 파래에 매생이가 몇 올 섞이면 파래 값 떨어진다고 질색을 했다.

하지만 더 먼 옛날, 조선시대 매생이는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던 별미다. 흔하지 않았기에 옛날 한양에서도 아는 사람만 진가를 아는 음식이었다. 관련된 이야기가 조선 중기, 성현의 '용재총화'에 나온다.

성현의 친구 중에 김간이 절에서 책을 읽는데 어느 날 밥상에 낯선 반찬이 올랐다. 너무 맛있어 스님에게 물으니 전라도에서만 나오는 매생이라고 했다. 난생 처음 매생이를 먹어 본 김간이 성현 집에 놀라갔다가 절에서 먹었던 낯선 음식을 떠올리며 혹시 매생이를 먹어 봤냐며 천하의 진미라고 자랑했다. 이 말을 들은 성현이 순진한 친구를 골탕 먹일 방법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한심하다는 듯 아직까지도 매생이를 몰랐냐며 임금님 수랏상에만 올라가는 반찬으로 궁궐 밖 사람들은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친구가 그렇게 매생이 맛에 반했다니 기꺼이 매생이를 구해다 주겠다며 몰래 하인을 시켜 숭례문(남대문) 밖 연못에서 이끼를 떠오도록 했다. 그리고 술상을 차려 내오며 성현 자신의 앞에는 매생이를 놓고, 친구 앞에는 연못에서 건져 올린 이끼를 차려놓아 순진한 친구를 골탕 먹였다.

매생이국은 팔팔 끓여도 얼핏 보기에 전혀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때문에 자칫 잘못 먹으면 입천장 데이기 일쑤여서 지금은 장모님이 밉살스런 사위를 골탕 먹였던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친구 골탕 먹이는데도 활용됐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맛이 있어 앞뒤 가리지 않고 허겁지겁 먹었기에 생긴 일화일 것이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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