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사람들 중에 굳이 우병우 변호사를 쓰기로 한 것은 국민을 졸로 보는 것이고 야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열흘 앞두고 청와대가 우 변호사를 민정비서관으로 내정한 소식이 전해졌을 때다. 한 야당 중진의원이 격하게 쏟아낸 말은 야당내 분위기를 대변했다.
우 변호사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 도중 바위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로 인해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줄줄이 사표를 냈지만 우 변호사는 승승장구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다만 2013년 검사장 승진에서는 발목이 잡혀 검찰을 떠났지만 불과 1년 만에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바로 그 우 민정비서관이 지난 23일 청와대 인사에서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같은 날 내각 인사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됐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완구 총리 내정자 발탁 이유에 대해 "그동안 야당과 원만히 협조해서"라고 설명했다. 당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까지 추락하자 급하게 내놓은 수습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레임덕 조짐이 조기에 나타난 데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야당세가 강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총리감'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총리 인사의 취지는 우 민정수석 인사로 인해 빛이 바랬다. 야당을 존중했다면 있을 수 없는 청와대 인사였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사태 뒤에는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민정수석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말도 있다. 우 민정수석이 비서관 시절부터 핵심실세였다는 의미다. 야당과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실세라면 불안의 씨앗은 이미 싹이 튼 셈이다. '우병우 카드'가 레임덕을 앞당겼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