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십보일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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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십보일배' 시위

최종수정 : 2015-01-23 10:07:54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가 22일 광화문에서 십보일배를 하고 있다. 사진 황찬수 기자
▲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가 22일 광화문에서 십보일배를 하고 있다./사진=황찬수 기자

둥둥둥둥.600여명의 한 걸음 한 걸음에 북소리가 따라 붙었다. 열 번의 북소리 후 4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온 몸은 차가운 아스팔트로 향했다.

22일 1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 소속 600명의 십보일배가 시작됐다. 서울 광화문 SKT타워에서 시작된 시위는 청계천을 끼고 돌아 다시 SKT타워까지 총 2Km가량 이어졌다.4열로 선 시위대 길이는 800m가 넘었다. 총 400여번의 절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5시가 가까워졌다.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터졌다.

"비정규직인 건 알았습니다. 그런데 SK브로드밴드 소속의 비정규직인 줄 알았죠. 이렇게 층층이 하도급 형태로 고용된 줄은 몰랐습니다" 인천 부평 SK브로드밴드 홈센터 소속 임병길(46)씨는 자신이 하청업체 직원인 것을 불과 2년 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일한 지 1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SK브로드밴드-SK브로드밴드 홈센터(협력업체)-개통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의 가장 아래에 소속돼 있었다.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인간이고 싶다'

쟁의행위 111일째. 이들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SK브로드밴드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불법적인 노동실태를 바로잡고 4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개통기사들은 자신이 설치한 건에 대한 건당 수수료를 수당으로 받는다. 기본급이 없으니 성과에 대한 압박은 당연하다. 야근과 주말 근무는 일상이다. 고용도 불안하다. 협력업체가 폐업하고 다른 업체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진짜 사장 SK가 우리 문제 해결하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가 결성되 것은 3월 말이다. 사측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교섭을 위임했다. 진전은 없었다. 결국 1월 6일 조합원 550여명이 SK그룹 본사 건물로 진입해 면담을 요구했다. 이날 SK브로드밴드 본사 관계자 3명은 면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노조가 설립된 지 10개월만의 일이었다.

노조는 재하도급 정리, 노동시간 단축,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고정급 중심으로 전환, 업체 변경 시 발생하는 상시적 고용불안 해소,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청했다. 사측은 기본급과 식대, 차량유류비, 통신비 등으로 매월 165만원을 지급하고, 매월 수당 15만원을 추가해 18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임금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등을 감안하면 월 200만원도 보장받을 수 없는 임금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섭은 결렬됐다.

원청인 SK브로드밴드는 여전히 비정규직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경재(39) SK브로드밴드 노조 지부장은 "센터의 작업결정권이나 지역, 물량, 인원에 대한 권한은 원청이 갖고 있는 형태"라며 "진짜 사장인 SK브로드밴드가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노조는 결국 길거리로 나와 받는 이 없는 절을 강행했다. 광화문 최고 기온 5도, 시위대만큼 많은 경찰병력이 투입된 가운데 그들은 열 걸음에 한 번 절을 반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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