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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한살림' 김성희 "농사는 국가 근간…돈 있어도 못 사먹는 날 멀지 않아"

"지구 살리자" 기본 뜻…친환경 농법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최근 누적 관객수 9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개봉한 외화 중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멸망해 가는 지구를 버리고 새 희망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탐험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학자들의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는 이 영화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환경 파괴로 더 이상 지구에서 식량을 재배할 수 없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지구를 살리자는 뜻을 함께 하며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에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일하는 이들이 있다. 농사짓고 물품을 만드는 생산자들과 이들의 물품을 믿고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한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다. 10년 넘게 이들과 일하고 있는 김성희(50) 기획실장을 만났다.



◆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농사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그는 많은 386 세대가 그런 것 처럼 국가와 인간, 노동 등에 대해 고민했다. 대기업 홍보실을 거쳐 참여연대 월간지 기자 생활을 하며 점차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귀농의 뜻을 품었다. 이런 그에서 2004년 운명처럼 '한살림'이 손짓을 보냈다.

"고추 씨앗 하나로 수많은 고추를 생산하고, 고추는 또 수많은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씨앗을 가득 품고 있죠. 가치를 생산하는 인간의 일 중 농사처럼 능률 있고, 보람된 일은 드물어요."

하지만 한국은 이런 가치 있는 농사를 무시하고, 이미 중요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2012년 기준 국내 식량 자급률은 22.4%에 지나지 않는다. 쌀로 그나마 2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쌀을 제외할 경우 자급율은 3.7%로 떨어진다. 충격적이다.

"지금도 식량이 없어 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나라는 허다해요. 그나마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미국, 동남아 등지에서 농작물을 사다 먹지요.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사다 먹지 못하는 시대가 곧 올겁니다. 에너지는 없으면 안쓰면 되지만, 식량은 다르죠."



◆ 86년 작은 쌀가게로 '한살림' 시작

'한살림'은 강원도 원주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하던 박재일 전 회장이 1986년 농민들과 함께 무농약 쌀과 잡곡, 참기름, 유정란을 가지고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시작됐다.

2년 뒤 생명농업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운동을 펼치며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 절제된 소비, 자연과 조화를 이룬 생활을 실천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이들은 우리밀·보리 살리기 운동을 전개했고, 토종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농자재를 생산하는 흙살림연구소를 창립했다. 현재 한살림 조합원은 47만 세대를 넘어섰다.

한살림의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는 가입회비만 내면 되지만, 생산자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일정 지역 농민들이 뭉쳐 공동체를 결성하고 몇년간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이 기간 세밀한 검사가 진행된다. 지역 단위로 생산자 조직을 가입하게 하는 것은 농민 한 사람이 친환경 농사를 한다고 해도 주변에서 농약을 살포하면 이것이 건너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정부 인증제도는 2001년 시작됐지만, 한살림은 이미 86년 창립 당시 엄격한 인증제도를 마련해 이를 적용해 왔어요. 이후 한살림을 따라 만든 생협들이 여럿 생겼고,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하는 업체들도 많이 생겼지요."



◆ 생산자·소비자 만나 가격 책정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한살림은 농산물 가격을 독특하게 책정한다. 연말 생산자·소비자 대표들이 만나 한해 농산물 수요량을 예측하고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생산자는 이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하고 소비자는 약속한 농산물을 전량 소비해 준다. 한번 정해진 가격은 일년 내내 변동없이 유지된다.

"재미있는 것은 가격이 정해질 때 소비자들은 '친환경 농산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 데 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고 하고, 농민들은 '월급은 그대로고 물가는 계속 오른다고 하는데 우린 이 정도면 됐다. 올리지 말아라'라며 소비자들을 걱정해 줘요.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죠."

한살짐 매장에 가보니 없는 농산품이 없었다. 닭·돼지·소의 경우 한살림에서 허가한 재료를 먹여야 하고, 일정 공간을 뛰어놀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유나 햄, 고기 등 가공 제품을 생산한다. 한살림은 완벽한 가공공장과 유통라인을 갖추고 있다.

김성희씨는 최근 한살림에서 일하는 농부 16인의 이야기를 묶어 '살리는 사람 농부'를 출간했다. 초기 무농약 농사를 시작하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 늙기 전에 한살림의 농부가 되고 싶어요. '당신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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