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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부자들의 뭉칫돈 은밀히 이동 중…은행서 돈빼 보험들고 금·미술품 사고



# 내년 초 아들의 결혼을 앞둔 주부 A(58)씨는 최근 은행 창구를 찾았다가 놀라고 말았다. A씨가 아들의 이름으로 모아둔 7000여만원이 차명계좌에 해당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은행원으로부터 아들 명의의 계좌에서 2000여만원을 A씨의 계좌로 되돌려 놓으면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어디까지가 불법에 해당되지 않는 것인지 혼란이 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명거래를 차단하겠다는 개정 금융실명제법 시행이 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자들의 뭉칫돈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일선 창구에선 '생계형 차명'도 처벌받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한편 '지하경제로의 도피'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돼 보완대책이 강구돼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금-현금-비과세 보험-개인금고 등으로 자산 옮겨

차명거래란 금융자산의 실제 소유자와 형식상 명의자가 다른 금융거래로 앞서 정부는 범죄수익 은닉과 자금세탁, 조세포탈 등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차명 금융거래를 금지하기 위해 금융실명법을 손질했다.

실제 오는 29일 개정 금융실명제 시행을 앞두고 부자들의 뭉칫돈은 비과세 보험이나 금, 미술품, 현금 등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시중은행의 고액 예금자의 예금 총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경우, 10억원 이상 돈을 맡긴 고액 예금자 예금 총액은 지난 4월 말 7조6000억원에서 10월 말 7조원으로 6000억원이나 감소했다. 같은기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 총액도 각각 4000억원, 1000억원 줄어든 4조2000여억과 5조20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실명제 영향으로 고액 예금자들이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발길을 돌리는 셈이다. 특히 금 현물이나 5만원 등 현금을 은행 대여금고나 개인 금고에 넣어두는 경향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61.7%에 이르던 한은의 5만원권 환수율은 올해 1~9월 24.4%로 급격히 떨어졌다.

한은 금고에서 빠져나와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1000장이라면, 한은에 돌아온 5만원권은 244장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651억원,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금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 조사 결과 지난 4월 하루 평균 3.84㎏이던 금 거래는 지난달 하루 평균 8.48㎏으로 약 2.2배가 됐다.

1㎏당 5000만원 가량인 골드바의 판매는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4월 59㎏였던 판매량이 5월 94㎏으로 늘어나는 등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5월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 계좌명의자도 형사처벌 받고 빌려준 돈 떼일 가능성 높아져

금융권의 이같은 흐름은 차명거래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시행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차명거래에 대한 처벌은 세금과 가산세 추징만 있었지만 실명거래책임을 거래 고객에게도 처벌이 부과되는 등 불법 차명 거래 적발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세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불법 차명거래가 적발되면 명의를 빌린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

또 거래자가 불법 목적으로 차명 거래를 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줬다면 명의 대여자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한테 돈을 떼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간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자가 합의하면 차명거래가 허용됐지만 앞으로 차명계좌에 넣어둔 둔 돈은 원칙적으로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키로 했다.

물론 모든 차명거래가 불법 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경우 조세포탈과 무관하기 때문에 증여세 면제 범위에서는 명의를 빌려줄 수 있다.

현행법상 증여세는 10년 합산 기준으로 배우자에게는 6억원, 자녀에게는 5000만원(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 부모에게는 3000만원, 기타 친족에게는 500만원까지 감면된다.

앞서 나온 A씨의 경우 아들 명의로 5000만원을 보유했다면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다. 다만 친족 사이라 하더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절세를 위한 가족 간 차명거래는 차명거래금지법에 저촉된다.

또한 법 시행 후라도 차명계좌 자금은 증여 신고를 하고 가산세를 포함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경우 명의자가 계좌 보유액의 실소유주로 전환된다.

이밖에도 동창회나 부녀회 등 친목모임을 관리하는 총무의 계좌나 문중, 종교단체의 자산을 관리하는 대표자의 계좌는 '선의(善意)의 차명계좌'로 인정받아 처벌받지 않는다.

이와 함께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차명계좌 개설을 돕거나 알선한 금융회사 종사자에 대한 제재는 한층 더 강력해진다.

종전에는 비실명으로 계좌를 개설해준 금융회사 직원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게 전부였지만 앞으로 직원이 알선·중개 행위를 하는 경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또 거래자에게 불법 차명거래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편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명거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보비대칭성"이라며 "행정적·형사적 제재 등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범죄행위와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 거래에 대해선 추측된 의도를 근거로 처벌할 수 없고 선의의 차명거래 역시 경계가 모호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도와 인센티브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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