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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돈 없으면 빈대떡 대신 갈치를 ...

윤덕노



10월은 갈치가 맛있을 때다. 낚시꾼들은 삼겹살보다 맛있고 은빛 비늘은 황소 값보다도 높다고 한다. 비늘 값을 생선살보다 높게 평가한 이유는 갈치 비늘이 고가 화장품의 원료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런 갈치지만 한때 빈대떡 같은 대접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70년 전, 해방 전후로는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으라고 했지만 그에 앞서 조선시대에는 갈치나 사먹으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헛돈 쓰고 싶지 않으면 소금에 절인 갈치를 사먹어라(不欲費錢? 須買葛侈?)"

18세기 중반의 한양에서는 맛좋은 갈치가 그만큼 값쌌던 모양이다. 그러니 아까운 엽전 꾸러미 낭비하지 말고 맛있는 갈치를 사 먹으라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도성 주민한테 인기가 높다보니 바닷가 마을에서 잡힌 갈치는 소금을 뿌려 모두 한양으로 보냈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은 싱싱한 갈치와 물 좋은 준치는 한양으로 보내고 어촌 마을에서는 가끔씩 새우젓 파는 소리만 들린다고 했다. 어부들은 정작 갈치는 맛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갈치가 한양에 몰리다 보니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한말 관청에 물품을 납품했던 지규식(池圭植)이 남긴 '하재일기(荷齋日記)'에 갈치 값이 한 냥이라고 했는데 당시 값어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밤에 참외 한 냥 어치를 사먹었다고 한 것을 보면 갈치가 그다지 비싸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은 갈치가 많이 잡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정조 무렵의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우리나라는 동해와 서해, 남해에서 모두 갈치를 잡는데 계절에 따라 많이 잡히는 지역이 다르다고 했다. 일 년 열두 달 갈치가 떨어지지 않았으니 오랜 세월 갈치조림, 갈치구이 등 다양한 갈치요리가 발달하면서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랬던 갈치가 요즘은 갈수록 귀하고 비싸진다니 새삼스럽게 갈치가 맛있게 느껴진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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