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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극/뮤지컬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나를 키운 건 시련…지금도 극복 중"



문화 저변확대 획기적 사업 속속 진행

25개 직업 독특한 이력 아이디어 원천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67)의 첫 인상은 누구에게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자유분방하게 흩날리는 헤어스타일에 컬러감 돋보이는 안경,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하이넥 디자인의 재킷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5층 사장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를 위해 준비된 접견실을 등지고 광장에 위치한 모짜르트 카페 야외 테이블로 직접 안내한다. "오늘 날씨 좋잖아요."

행동과 말 하나에 정형화되거나 권위적인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약 80%가 관료 출신인 역대 사장과 달리 다양한 이력을 소유했다. 잘나가는 방송사 PD로 시작해 작가, 작사가, 의류제작 판매상, 바텐더, 교수 등 무려 25가지 직업을 경험했다. 첫 인상만큼이나 자유분방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채워진 그의 인생 무대는 여전히 오픈런으로 상영 중이다.

-역대 예술의전당 사장과 다른 이력을 지녔다. 이런 면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평형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누구든 자신의 이력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기업을 운영·관리한 경험도 있다. 여러 요소들을 균형감 있게 다룰 수 있는 점은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데 분명 장점일 것이다.

-1년 6개월간의 재임기간을 돌아보면.

대한민국 최고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데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공연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도 아니라 주위의 우려도 있었다. 취임 직전 소극장(윤당아트홀)을 운영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취임 후 진행한 주요 사업들은 문화 저변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술의전당에 오르는 작품들은 국내 최고 제작진이 만들고 그만큼 관람료도 비싸다. 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국립오페라단이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3일간 고작 5000여 명이 보고 만다. 그래서 문화 소외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고급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국내에서 최초로 영상화사업을 시작했다. 경기도 연천군에서부터 제주도 서귀포의 문예회관, 울릉도까지 상영돼 섬마을 어부도 수준 높은 발레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문화라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이 즐겨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문화융성으로 이어진다.

-영상화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14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다양한 각도로 무대와 그 이면까지 담아낸다. 단순한 촬영으로 되는 게 아니라 영상의 질을 높이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또 영상화가 관객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서야 했다. 그러나 욕을 먹더라도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시작한다면 관련 프로덕션이 더 늘어날 것이고, 문화의 저변은 분명히 확대될 것이다.

-예술의전당이 추구하는 문화융성의 길은 무엇인가.

서툴더라도 보통 사람이 생산자가 돼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클래식을 대중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가곡의 밤'을 개최했다. 2년간 10회 무료공연을 열었다. 예술의전당 연간 관람객이 230만 명에서 취임 후 1년 만에 300만 명으로 늘어난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어린이 동요무대'도 세 차례 열었다. 값어치 있는 우리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조상이 준 소중한 자산인 서예를 부흥시키기 위해 9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유명무실화된 서예박물관의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출근 첫날 기존의 사장 지정 주차구역을 없애버렸고, 또 300명에 가까운 용역 직원에게 1인당 3장씩 오페라 티켓을 선물했다고 들었다. 끊임없는 파격행보가 화제다.

다른 능력은 없지만 아이디어 하나는 많다고 자부한다. 그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정체돼 있는 것을 참지 못한다. 예술의전당에는 고객이 우선이어야 한다. 매사를 합리적으로 하려고 조직 분위기를 바꿨다. 전당의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계 조직에서는 특히 감성 경영, 창의 경영이 필요하다.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대중문화와 뮤지컬 시상식은 있지만 클래식 관련 시상식은 없더라. 그래서 10월 8일에 제1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SAC AWARDS)을 개최한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작품 중 16개 부문에 걸쳐 우수작을 시상하는 행사다. 이 역시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걸 왜 당신이 개최하느냐"라고 물어올 때마다 "그럼 당신이 하시오"라고 했지만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려운 줄 알면서 새로운 일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는.

헝그리 복서 스타일이다. 길이 없는 곳을 가길 좋아한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고교 때 서울로 올라오면서부터 '왕따'였다. 한양대 영화과 출신으로 처음 지상파(TBC) 공채 PD가 되고서도 학연, 지연이 없어서 입사 초엔 또 왕따를 당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33세에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는 뉴욕에서 최초로 한인 라디오 방송을 제작했다. 일본·중국 방송은 있는데 한국 방송은 없더라. 그래서 무작정 에드워드 카치 뉴욕 시장을 찾아갔다. 생각지도 않게 2시간짜리 FM 채널을 따냈고 원룸 단칸방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시련이 나를 키웠고, 지금도 극복 중이다.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수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그는…

●1947년 제주 출생 ●한양대 영화과 졸업 ●동양방송(TBC) PD ●뉴욕 한미방송(KABS-TV) 편성제작국장 ●제일기획 Q채널 국장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국장 ●OBS 설립 추진단장 ●서울예술대·추계예술대·세명대·상명대·한세대 겸임교수 ●국가미래연구원 문화예술체육분과위원회 간사 ●윤당아트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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