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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삼풍백화점 붕괴, 그 후 19년



서울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해 간다. 기억하기 싫은 역사나 사건사고가 일어난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교대역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지나 반포역 쪽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아크로비스타라는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터도 그런 경우다.

주변에 관공서와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어 잘 알아채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그곳은 지난 1995년 12월 1일, 5백여 명 사망에 천 명에 가까운 부상자를 내며 붕괴된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다.

삼풍백화점은 당시 백화점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이름이 높았던 백화점이었다. 그러나 1989년 세워진 건물이 채 6년도 지나지 않아 무너진 것은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함 때문이다.

삼풍건설산업은 애당초 아파트 상가로 짓던 건물을 백화점으로 급히 바꾸어 지었는데, 이때 4층짜리를 억지로 5층으로 높이면서 구조 보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쇼핑공간 확보를 위해 벽을 무리하게 텄으며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면서 바닥과 천장을 뚫었다. 결과적으로 몇 개 안 남은 기둥에 쏠리는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의 철근도 제대로 넣지 않아 삼풍백화점은 붕괴 시작 단 20여 초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사실 예고된 인재에 가까웠다. 붕괴되기 1년 전부터 이미 벽과 바닥에 금이 가는 현상이 발견됐고, 사고 며칠 전부터는 천장에서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고 건물이 기울기 시작하는 등 붕괴 조짐이 나타났다.

건물도 비정상이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백화점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였다. 건물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명확한 상태였음에도 매출에 지장을 줄까 영업을 강행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준 삼풍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 이한상 사장 등은 대피방송도 하지 않은 채 밖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현재 '양재 시민의 숲'에 가면 한쪽 구석에 위령비가 한 개 서있다. 그러나 그 뿐…. 삼풍백화점이 있던 아크로비스타 근처에는 당시 한국전쟁 다음으로 큰 인명피해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관련한 그 어떤 기록이나 흔적이 없다.

과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이토록 쉽게 잊어도 되는 걸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은지 19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인재에 기반한 건물 붕괴와 선박 침몰 등이 끊이지 않기에 염려를 거둘 수가 없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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