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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서대문형무소를 돌아보며



1908년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선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 때 수많은 해방운동가들이 투옥됐던 곳이자 군사독재정권 때에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들이 수감됐던 곳이다. 한 마디로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된 권리를 완력으로 억압하던 권력에 대한 저항과 투쟁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하지만 역사관으로 바뀐 형무소를 둘러보다 보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1987년까지 약 80년 동안 기능했던 서대문형무소에서 기념하고 있는 것이 정작 전반기 40년 정도, 즉 해방 이전까지의 일제강점기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방 이후 '가둔 자'와 '갇힌 자'가 바뀌지 않아 그런지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때 투옥되거나 '사법살인'을 당한 이들을 설명하는 대목은 고작 사진 한두 장이 전부다.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설명이 충분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중국 동북3성과 연해주 일대에서 활약한 무장투쟁 세력이 해방 뒤 북한 정권 수립의 토대가 되었기 때문일까?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비롯한 보수적 계열의 독립운동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명을 하고 있지 않다.

전시공간을 유독 '남성'에게만 할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띤다. 2013년경 여성 수감자들을 가둬두던 '여(女)옥사'를 복원해 일반에 개방하기는 했다. 1918년을 전후해 독립운동가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여성들만 따로 가두기 위해 지어진 뒤 지난 1979년 별다른 조사나 도면 한 장 남기지 않고 철거됐던 바로 그 여옥사다. 그런데 여옥사에는 유관순 열사와 같은 대표적인 인물 몇몇의 기록만 있을 뿐 그 외의 수많은 학생과 노동자, 간호사 등의 여성 운동가들은 이름 석 자조차 기록되어 있지 않다.

전체 기간 중에서 딱 절반의 기간만을, 그마저도 특정 세력을 제외한 채 보수적 독립운동에만 한정해, 그리고 남성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온 서대문형무소…. 과연 서대문형무소가 방문자들에게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나아가 기억하고 기념하려는 것은 어떤 역사일까? 적잖은 이들이 곳곳에 낙서를 남겼는데, 그 내용은 지극히 편향적이었으며 독재정권에 대한 지적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반일적인 내용들로만 가득했다. /'다시,서울을 걷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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