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경영진 사이에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이를 봉합할 수 있는 대승적 차원의 화합이 시급한 상황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각각 경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애초 6월 이들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두 달 넘게 미루다가 가까스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중징계를 각각 사전 통보받았던 임 회장과 이 행장 측은 최종 결과가 경징계로 낮아지자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의 소명이 받아들여져 다행이다"면서도 "KB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징계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는데, 그 결정마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두 수장 대승적 협력해야" 목소리 높아
그러나 이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는 아직 남아있다.
무엇보다 주 전산기 갈등 사태와 관련, 양측 간에 쌓인 앙금을 풀고 조직을 추스려야 하는 게 당면 과제다.
KB금융 임직원들은 "그룹 내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임원 인사와 LIG손해보험 인수 마무리 등 당면한 경영 현안들도 조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관리본부장, 상품본부장, WM사업본부장, 서영업추진본부장 등 4명의 은행 본부장이 지난달 재임 3년을 채웠다. KB투자증권ㆍ생명ㆍ자산운용ㆍ부동산신탁ㆍ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대표도 임기가 만료됐다.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특히 LIG손해보험 인수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 "노조 협력 이끌어야"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주부터 여의도 본점과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지금은 KB금융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느냐, 아니면 다른 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 밀리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