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재·M&A·구조조정 등 현안 산더미
본격적인 여름 휴가시즌이 시작됐지만,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휴가를 포기하거나 미루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대규모 제재와 인수합병(M&A), 기업 구조조정 등 각종 현안이 쌓인 탓에 여름 휴가를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요 금융사 20여 곳 중 여름휴가 계획을 잡은 CEO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선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오는 17일, 24일 제재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또 KB금융은 LIG손보 인수를 위한 실무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물리적으로 CEO의 휴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여름 휴가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ENS 부실 대출, 금감원 종합검사 등으로 징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올해 은행내 일정과 거래처 방문, 제재심의 대비, 해외출장, 자원봉사 등으로 여름을 보낼 계획이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우리은행 분리매각 방침이 정해짐에 따라 휴가없이 세부 민영화 계획에 매달리기로 했다.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 역시 여러 현안이 쌓여 휴가 일정을 못 잡고 있다. 동부, 현대, 한진 등 대기업이 구조조정 현안이 산적한데다 최근에는 팬택의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대두해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선언하면서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휴가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휴가를 정한 금융권 CEO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김주하 농협은행장 정도다. 그러나 이들 역시 휴가를 잡지 않으려 했지만, 임직원의 강권으로 떠밀리듯 휴가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종 금융사고 등이 겹친데다 금리 하락과 내수경기 침체로 영업환경이 악화돼 올해는 CEO들이 마음 편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만한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