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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제3의 침팬지



인간문명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씨앗을 뿌리고 나서라거나 문자를 발명하고부터라거나 하는 식의 설명들이 즐비하다. 서양의 경우 특이한 점 하나는, 문명의 대대적 파괴 이후 새로운 출발이 있었다는 집단적 기억이다. 물론 그것은 노아의 대홍수를 말한다.

대홍수는 다행히 얼마 안 되는 생존자를 지상에 남겨 놓게 된다. 할리우드 영화는 이 "대홍수" 테마를 놓치지 않고 극화하는데 전문가다. 외계인의 습격, 질병의 확산, 핵전쟁,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는 모두 대홍수의 변형판이자, 문명과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 사건들이다.

1968년 찰턴 헤스턴이 주연을 맡았던 <혹성탈출> 시리즈의 제1편은 1963년 프랑스 작가 피에르 볼레의 공상과학소설이 그 원작이다. 어느 행성에 착륙한 지구인들이 모든 문명이 파괴되고 인간은 유인원의 노예가 되어 있는 현실을 목격하는데 알고 보았더니 그곳이 다름 아닌 지구였다는 이 설정은, 핵전쟁으로 인한 파멸을 경고한 작품이기도 했다.

최근 개봉된 <혹성탈출> 은 침팬지 실험과정에서 유출된 질병의 확산에 따른 지구문명의 파멸과 이후 벌어지는 생존자 인간과 지능이 뛰어 난 생존 유인원 사이의 전쟁과 평화를 다루고 있다. 유인원의 지도자는 시저라는 이름을 가진 큰 몸집의 침팬지로 신중한 판단과 강력한 카리스마로 유인원 집단을 이끌고 나간다.

<총,균,쇠> 의 저자인 세계적으로 뛰어난 지질학자이자 인류문학학자 제어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작 <제3의 침팬지> 를 통해 침팬지와는 단 2퍼센트의 유전학적 차이밖에 없는 제3의 침팬지 인간의 진화를 규명한다. 그 진화는 "거대한 도약"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다시는 뒤로 후퇴하지 않는 경로를 만들어 놓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인간이 다른 동물과 전격적으로 다른 점은, 자기 종과 문명을 스스로 파괴해버리는 능력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임을 일깨우고 있다.

<혹성탈출> 의 시저는 "유인원은 다른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그 사회의 제1조로 삼는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멸절하기 때문이다. 노아의 때에는 대홍수 이후의 문명을 기약할 수 있었지 모르나, 오늘날에도 과연 그런 "이후"가 가능할까? 이제부터의 진화는 순전히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제3의 침팬지 앞에 놓인 선택이다. 2퍼센트의 차이, 그 내용은 아직 온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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