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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내일을 기약하며 먹었던 미국식 콩밥, 호핑존

윤덕노 음식평론가



내일을 기약하며 먹었던 미국식 콩밥, 호핑존

미국에서도 콩밥을 먹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핑 존(Hopping John)이라는 음식이다. 물론 미국인 전체가 모두 먹는 것은 아니고 주로 남부지방에서 발달했다. 쌀밥에 콩과 양파, 베이컨, 채소를 넣고 소금이나 향신료와 함께 볶아 먹는다. 쉽게 말해 콩밥으로 만든 볶음밥이다. 우리처럼 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가 아닌데 왜 미국에 콩밥이 다 있을까?

미국 콩밥에는 어두운 역사가 있다. 옛날 우리도 감옥에서 콩밥을 먹었던 것처럼 미국식 콩밥, 호핑 존은 아프리카에서 끌려 온 흑인 노예들이 먹었던 음식이다. 물론 지금은 남부에서 고루 먹는데 남북전쟁이 그 계기가 됐다.

혹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옛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북군이 남부 조지아에서 도시를 불태우고 민가를 약탈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실제 남부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북군이 농지와 식량을 불태우는 초토화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불태웠던 북군이 유일하게 남겨 놓은 것이 동부 콩과 순무 잎사귀였다. 완두콩과 강낭콩은 모두 빼앗아가고 동부 콩만 남긴 이유는 당시 미국에서 동부 콩은 사람이 먹는 곡식이 아니라 동물이 먹는 사료였기 때문이다. 순무 잎사귀 역시 우거지로도 만들지 못하니 굳이 빼앗아갈 이유가 없었다.

철저하게 파괴된 폐허 속에서 목숨만 건진 남부 주민들은 흑인 백인 가릴 것 없이 가축 사료인 콩과 밭에 버려진 순무 이파리를 먹고 버티며 살아남았다. 미국식 콩밥인 호핑 존이 발달한 배경이다. 덕분에 호핑 존은 지금 행운을 부르는 음식이 됐다. 특히 미국 남부에서는 새해에 미국식 콩밥을 먹으며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이 생겼다.

당시 미국 남부 사람들은 비비안 리가 분장한 영화 속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처럼 중얼거리며 눈물 콧물을 섞어 미국식 콩밥을 먹었을 것이다. "내일 생각해야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까..."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그래도 참고 견디며 내일을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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