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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어른의 자격



기시감이 든다. 불과 얼마 전 경주 리조트의 체육관 붕괴로 기대감에 들뜬 대학 신입생들이 하릴없이 사망했다. 작년에는 안면도 해병대 캠프에서 교관의 지시를 듣다가 학생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도 그리 먼 옛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난주, 온국민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을 태운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었다.

위의 모든 재난사고들은 명징한 공통점이 있다. 자연재해가 아니고 어른이라는 인간들의 잘못으로 생긴 인명사고라는 점이다. 허술한 직업의식, 시스템과 매뉴얼의 미비, 상황 판단과 양심 부족, 책임 회피 등이 그 잘못들이다.

세월호 사태에서 책임을 다한 어른도 있었다. 아이들을 여럿 구하고 희생된 고 남윤철 선생님,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도 결단 있게 학생들을 갑판으로 올라가게 하고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챙긴 후 본인은 결국 못 피한 고 최혜정 선생님, 또 역시 스스로 판단해 뛰어내리라는 퇴선방송을 하고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승무원 고 박지영 씨.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끝까지 도망치지 않았다.

평범한 우리 어른들은 그들의 희생을 보며 만약 내가 저 상황에 놓였더라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를 상상해본다. 솔직히 장담하기 쉽지는 않다. 한편 살아남은, 혹은 그냥 살아있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 사태에 깊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이 사태의 책임자라는 한 어른은 끝내 몸소 목숨을 끊었다.

나는 어른들이 아랫세대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몹쓸 짓은 젊은 그들의 희망과 기력을 앗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현 한국사회와 환경은 충분히 불안함과 막막함을 안겨주고 있다. 한데 이번 세월호 사태를 통해 확고한 불신마저 더해졌다. 어른들은 그들에게 결국 나를 지킬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책임지고 물러날 어른들이 물러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확고한 매뉴얼과 시스템을 만들고 더불어 그 과정마저도 감시하는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어른도 요새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욕할 자격이 없다.

/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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