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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서촌'과 '이상의 집' 그 이면



'서촌'과 '이상의 집' 그 이면

최근 '서촌'이라 불리는 동네가 인기다. 이때 서촌은 서울 종로구 누상동과 누하동, 통인동 등 경복궁 서쪽지역을 가리키는데, 분위기 좋은 카페나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그 좁은 골목을 비집고 여럿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서촌은 그 동네를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었다. '북촌'이나 '남촌'과 같은 지명은 청계천을 기준으로 나뉘는데, 마찬가지로 서촌은 청계천의 서쪽 즉 서울시립미술관이 위치한 중구 정동 일대를 가리켜왔다. 요즈음 서촌이라 불리는 지역의 명칭은 사실 오랜 기간 '상촌(上村)'이나 '웃대' 혹은 '웃마을'이었다. 또 역사적 맥락과는 무관하게 서촌이라 불리는 그 지역을 종로구청에선 '세종마을'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여하튼 그 지역에는 조선시대 때엔 서인 중에서도 소론이,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몰려 살았다.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필운 이항복 등이 조선시대의 인물들이고, 화가 이중섭이나 이상범, 박노수, 시인 윤동주 등이 일제강점기 이래 이 지역에서 살았던 인물들이다.

거기에 한 명이 더 있으니 바로 시인 이상이다. 지난 2002년 김수근문화재단이 그가 살았다던 통인동 154-10번지(자하문로7길 18)의 한옥을 매입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어제는 지난 1937년 시인 이상이 27세의 나이로 동경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한 날이었다.

문제는 그 한옥 역시 이상이 살았던 집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보수공사를 하면서 1933년 집장수들이 지은 집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등록문화재로 등재됐다가 2008년 문화재 목록에서 말소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현재 '이상의 집' 혹은 '제비다방'이라 불리는 이곳은 그저 이상이 살았던 '집 터'라고 하는 게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빨리도 변해가지만 역사적 맥락과는 무관한 지명이 붙고 또 충분한 고증도 없이 문화재 등재가 결정되는 한국의 오늘... 서촌 혹은 세종마을 같은 지명이나 이상 집 터를 둘러싼 이 에피소드들은 우리사회의 가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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