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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IT/인터넷

[박성훈의 IT도 인문학이다] 소부허유의 세이와 헤드폰

소니 헤드폰MDR-ZX750AP



"OO가 △△랑 사귄다던데 얘기 들었어?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20대 여성)

"한잔 해야지. 너네 집 근처 다왔어. 지하철 역 앞에서 치맥이나 먹자. 오늘 부장이랑 한판했는데 도저히 그냥은 못들어가겠다."(30대 남성)

"숙제 다 했어? 학원은? 엄마가 오늘은 좀 늦으니까 저녁은 국 데워서 먹어. 누나는 친구 집에서 먹고 올거야. 아 맞다. 강아지 사료도 챙겨줘."(40대 여성)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타인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워낙 크게 떠들어 대니 소음 공해도 짜증나지만 대화 자체가 '꼭 지금 여기서 당장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아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런데 옆에 앉은 총각, 앞에 앉은 아가씨들의 표정은 왜이리 밝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이들은 하나같이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고 있지 않은가.

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야구중계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듯 하기도 하다. 옳거니! 소음공해에 노출되느니 듣고 싶은 사운드를 듣겠다는 것이렸다. 산불이 났을 때 맞불을 놓아 불을 끄는 것과 정말 닮았다.

용기가 없어서 또는 시비가 붙으면 시간을 낭비할까봐 "공공장소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됩니다"라고 할 자신은 없지만 내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정말 스마트한 삶의 방식이 아닌가.

국내 헤드폰·이어폰 시장이 매년 20~30% 성장하는 이유를 지하철에서 찾았다고 하면 너무 '오버'한 것일까.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0만명을 돌파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가뜩이나 시끄러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귀에 무언가를 꽂지 않는다는 게 이상한 일이 됐다.

중국 고대를 대표하는 요임금은 허유라는 선비가 왕위를 물려받을 만한 위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에게 이같은 뜻을 전했다.

그런데 허유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영수 강물에 귀를 씻었다. 말같지 않은 소리를 들어 귀가 더러워졌다는 뜻이다. 이 소식을 접한 친구 소부는 "우리 송아지에게도 그 물은 먹이지 않겠다"며 한술 더 떴다.

여기서 나온 말이 세이(洗耳)다. 세속에 물들지 않겠다는 말인데 허유와 소부가 오늘날 살았다면 헤드폰을 급하게 집어 착용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적어도 송아지는 갈증을 금방 해결할 수 있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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