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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르포] "카레향 나는 그리스" 아테네 도심, 이민자들이 점령해

최종수정 : 2012-10-15 14:22:18

아테네 주요 관광지인 고대 아고라 바로 옆에서 아프리카에서 온 한 이민자가 기타를 치며 고향의 노래를 부른다. 기원 전 6세기 이전부터 형성돼 고대 그리스인의 생활중심지이자 토론의 장이던 이곳은 소크라테스 등 고대 철학자도 웅변을 한 장소다. 하지만 2012년 현재 그리스에서 이곳은 관광객들과 현지인에 뒤섞여 아시아, 동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몰려 든 이민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고대 아고라 인근 주거지.건물 벽이 있는 곳마다 그래피티를 볼 수 있다.
▲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고대 아고라 인근 주거지.건물 벽이 있는 곳마다 그래피티를 볼 수 있다.
아테네 고대 아고라 유적지 인근 건물에 그려진 그래피티. 그리스정교회신부가 한손에 유로화 표시가 된 돈꾸러미를 들고 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작업방식으로 잘 알려진 스텐실 기법을 쓴 그림이다.
▲ 아테네 고대 아고라 유적지 인근 건물에 그려진 그래피티. 그리스정교회신부가 한손에 유로화 표시가 된 돈꾸러미를 들고 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작업방식으로 잘 알려진 스텐실 기법을 쓴 그림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아테네 도심 곳곳이 이민자 주거지로 변모해 있었다. 오랜 경제침체로 가게들이 문을 닫고 텅 빈 건물들이 줄을 이은 도심 중심부일수록 이민자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알바니아인과 무슬림 등 이민자들이 주로 모여사는 아테네 오모니아역 부근. 빈 터가 된 지 오래된 건물 벽에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 알바니아인과 무슬림 등 이민자들이 주로 모여사는 아테네 오모니아역 부근. 빈 터가 된 지 오래된 건물 벽에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앞으로도 그리스 내 이민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오후 2시경 아테네 도심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는 수십명이 넘는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길에 줄 서 있었다. 현지 경찰에서 물으니 “비자를 받거나 연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대사관 앞에서 급히 카레 도시락을 먹고 있는 이민자도 눈에 띄었다.

아테네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서 파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비자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 아테네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서 파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비자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아테네 현지는 급증하는 이민자들로 인한 갈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이다. ‘이민자를 그리스에서 쫓아내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는 황금새벽당이 국회에 진출하는 등 극우세력도 점차 득세하고 있다. 안 그래도 없는 그리스인의 일자리를 이민자가 뺏어간다는 주장이다.

아테네 생활중심지인 파네피스트미우 거리에 위치한 그리스국립은행 외관. 입구 옆에 그려진 구걸하는 여자 형상의 그래피티가 눈에 띈다.
▲ 아테네 생활중심지인 파네피스트미우 거리에 위치한 그리스국립은행 외관. 입구 옆에 그려진 구걸하는 여자 형상의 그래피티가 눈에 띈다.

그리스 경제성장률이 5년 넘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25.1%(7월)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실업률과 유럽연합(EU) 최고 수준인 물가 등으로 그리스 사람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아테네 생활중심지인 파네피스트미우 거리에 위치한 유로뱅크 외관. 은행 창문을 부수고 돈을 찾아가려는 듯한 강도 모습의 낙서가 그려져 있다.
▲ 아테네 생활중심지인 파네피스트미우 거리에 위치한 유로뱅크 외관. 은행 창문을 부수고 돈을 찾아가려는 듯한 강도 모습의 낙서가 그려져 있다.

그리스국립은행 등이 위치한 아테네 금융가 소포클레스 거리마저 골목마다 구걸하는 노숙자들을 볼 수 있었다. 또 청년층(만 15~25세) 실업률이 54.2%에 달하는 탓인지 한낮에도 펍이나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있거나 공원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같은 날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그리스 국회 앞에서는 경기침체와 유로존 위기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가두시위가 열렸다.

그리스 국회 인근 거리에서는 가두시위가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이 시위는 지난달 26일 전국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열린 집회의 모습.
▲ 그리스 국회 인근 거리에서는 가두시위가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이 시위는 지난달 26일 전국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열린 집회의 모습.

이같은 상황에서 그리스로 들어오는 합·불법 이민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합법적인 이민자는 80만명에 이르며 불법 이민자도 35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EU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 중 80% 이상이 그리스를 통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테네 티시오역 인근의 모습. 이민자가 많아지면서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릭샤 류의 소형 싸이클 차량이 아테네 도로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 아테네 티시오역 인근의 모습. 이민자가 많아지면서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릭샤 류의 소형 싸이클 차량이 아테네 도로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반면 그리스의 고용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어니스트앤드영은 오는 2014년 그리스의 실업률이 현 24~25%대에서 27%대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아테네 현지 방송에서는 연일 극우세력과 이민자 간의 폭력 충돌이 보도됐다.

한편 이민자와의 공존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테네 대학이 위치한 파네피스트미우 거리에 위치한 아테네 대학을 중심으로는 ‘이민자들과 연대해야 한다’와 같은 구호와 극우 세력을 반대하는 낙서나 그래피티, 급진좌파정당인 시리자의 포스터가 자주 보였다.

아테네 생활중심지인 파네피스트미우 거리에 위치한 아테네 대학 전경. 건물 벽에 이민자와 연대하라 와 같은 구호가 적혀 있다.
▲ 아테네 생활중심지인 파네피스트미우 거리에 위치한 아테네 대학 전경. 건물 벽에 '이민자와 연대하라'와 같은 구호가 적혀 있다.
아테네 생활중심지인 파네피스트미우 거리 골목의 한산한 모습. 문을 연 가게 옆에 급진좌파정당인 시리자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아테네 생활중심지인 파네피스트미우 거리 골목의 한산한 모습. 문을 연 가게 옆에 급진좌파정당인 시리자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 Sony 알파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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