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종이 한 장

정치팀 서예진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사소한 물건 위에 서 있다. 투표소 책상 위에 놓인 투표용지 한 장이 그렇다.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그 종이 한 장이 부족했다. 지난 3일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기다리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주의를 관리한다는 기관에서 나온 사고라고 하기엔 너무 기초적이라 어처구니를 어디 가서 찾아야 할 지 모르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우리 헌정질서에서 특수한 위치에 있다. 과거 독재 정권이 선거를 마음대로 휘둘렀기에, 헌법을 통해 정권도, 정당도, 국회도 함부로 선거를 흔들 수 없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줬다. 선관위가 흔들리면 선거가 흔들리고, 선거가 흔들리면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그래서 선관위는 누구보다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선관위는 그 엄격함의 잣대를 남에게만 적용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한 투표소가 50곳이라고 했다. 며칠 뒤 다시 확인하니 91곳이었다. 투표용지 숫자도 못 세더니, 이젠 투표소 숫자도 못 세는건가.

 

올림픽공원 시위에 참가한 일부 '부정선거론자'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가 있어, 선관위는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고 결과를 조작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조차 안 되는 말을 뭔 수로 옹호하나.

 

가장 큰 문제는 선관위가 '부정선거론자'들에게 먹잇감을 줬다는 점이다. 선거관리는 인간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이번 건은 너무 치명적이다. 이러니 대통령과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선관위를 개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 현장 보고 체계, 비상 공급망, 책임자 문책, 사후 검증 방식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이 틀렸는지, 누가 판단했는지, 왜 늦었는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공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 굴러가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투표소가 열리고, 유권자 명부가 준비되고, 투표용지가 충분히 놓여 있어야 한다. 이 기초적인 신뢰를 잃으면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투표용지 부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방만 운영을 걷어치워야만 민주주의가 살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